20150913_몰랐다는 것

내 첫 직장은 증권사 리서치센터였다. 직함은 연구원.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2년 남짓 일하면서 많이도 배웠다. 

대부분 그 곳이 아니라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을 그런 것들이었다.

어떤 분야를 독학한다는 것과는 별개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스스로 깨치기 힘든 것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깊이 실감할 수 있었다.

배우는 대상 자체가 어렵다기보단 '있는줄도 몰랐던 것'들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는 걸까.

그런데 한편으로 교육이라는 건 가르치는 사람의 편향이나 의도가 일방적으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기도 하다.

최근 한국사 국정교과서 논란부터 늘 꾸준한 섬나라의 역사왜곡까지 사례도 다양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늘 아침에 본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 하시마섬 편'이었다.

덕분에 지난 주 우토로 마을 편에 이어서 이번 주도 눈물 퐁퐁퐁으로 일요일을 시작했다.

특히나 분노 속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하하와 하시마 섬을 관광객으로써 방문한 일본 사람들의 대비는

깊은 빡침을 가져왔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정말로 모르는걸까..'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씨발.. 모를리가 있나. 그런데 정말 모를 수도 있다.

사실 한국인 중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번 방송을 통해 이 사실을 접했을 것이고

우리나라 역사를 되돌아봐도 그늘 밑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후진 면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글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사실'들일테니까.

만약에라도 다수의 일본인이 강제징용과 관련된 사실을 알았더라면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그 지옥섬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설령 되었더라도 지금같이 자신들의 과거를 찬양하며 기념촬영을 하는 형태는 아니었을 것이다. 

'몰랐다'는 말은 쉽다. 그래서인지 참 무섭다.

자신은 몰랐다는 말로 면죄부를 받으면 끝이지만 그것으로 피해자의 고통이 경감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얼마나 알고 있나 생각해본다. 내 주변사람들에게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나.

혹시 내가 '주변'이라고 믿는 것이 이 세상의 완벽한 축소판이라는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족한 것 없는 가정환경, 서울의 4년제 대학교, 출근복장은 정장, 3~4천만원의 초봉, 삽십대 초중반의 결혼, 건강한 아이..

몇 년 전까지만해도 내게 보통의 삶이란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이어 두 번째 직장.. 지금 여기까지 오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

몰랐던,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이전 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양한 직업과 환경에 놓인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보통'이라는 말 조차 폭력이 될 수 있다는걸 깨닫는다.

더 많이 알고 싶다. 쉴틈 없이 보고 읽고 겪으며 살아야지 생각한다.

알지만 행동하지 못했던 못난 놈이 될지언정

그저 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미안한 놈은 되고 싶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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